비 온다고 숙소에 있을 순 없지.
오사카 신세카이는 원래 낮보다 밤에, 맑은 날보다 비 오는 날이 더 그 동네다운 느낌이 나는 곳이라 우산 하나 들고 그냥 나갔다.
통천각(通天閣) 쪽으로 걸어 들어가는 골목부터 이미 분위기 다 잡혀있다.
습도 93%에 기온 22도라고 타워 전광판에 떠 있던데, 체감은 그냥 사우나다.
양옆으로 이자카야 간판들이 빼곡하게 걸려있고 다들 우산 쓰고 종종걸음으로 지나다니는 게 딱 신세카이 특유의 그림.
메인 거리에서 살짝 벗어나면 파칭코, 슬롯머신 가게들이 나오는데 이쪽은 관광객보다 현지인 동선인 느낌. 딱히 볼 건 없지만 신세카이가 관광지 페르소나만 있는 게 아니라 실제 생활권이라는 걸 체감하게 되는 구간.
1차 - 구시카츠 대흑옥(串かつ大黒屋)
첫 타깃은 대흑옥. 간판에 "味のチャンピオン(맛의 챔피언)"이라고 큼지막하게 써 붙여놨는데 이 정도 자신감이면 일단 믿어보기로 했다. 입구에 생맥주 170엔, 츄하이 120엔, 하이볼 100엔짜리 타임서비스 입간판이 서 있어서 혹해서 들어갔는데, 막상 안에 있는 정식 메뉴판 보니 생맥주가 500엔이더라. [타임서비스 적용됐는지 안됐는지 기억나면 적어주세요]
자리 앉으면 QR코드로 주문하는 방식. 종이 메뉴판 붙잡고 있어봤자 소용없고 스마트폰으로 찍어야 한다. 시원한 슈퍼드라이 한 잔 받아놓고 규스지(牛すじ, 소힘줄) 꼬치를 시켰는데, 달달짭짤한 소스에 푹 조려서 젓가락 없이도 뼈째 뜯을 기세로 나왔다.




2차 - 골목 안 스시 스탠딩바
대흑옥에서 나와서 조금 더 걷다가 노란색 포렴에 "壽(수)"라고 크게 써 붙인 스시집이 눈에 띄어서 들어갔다. 스탠딩바 형식으로 카운터에 서서 먹는 구조인데, 이미 자리에 낮부터 자리잡고 마시는 아저씨, 아주머니들 보니 여기가 진짜 로컬 맛집인가 싶었다.

3차 - 적초(赤酢) - 마구로 99엔의 함정
"생혼마구로 1칸 99엔, 몇 개를 먹어도 오케이"라고 대문짝만하게 써 붙인 간판 보고 안 들어갈 수가 없었다. 신세카이 명물이라던데, 이 가격에 참치를 무제한급으로 판다는 게 말이 되나 싶어서 반신반의로 자리 잡았다.
4차 - 오니기리 고리짱
배가 좀 찼는데도 "おにぎりごりちゃん" 간판의 귀여운 캐릭터 로고에 이끌려서 들어갔다. 토핑 베스트10 메뉴판이 붙어있었는데, 매실장아찌+구운 명란치즈, 참치마요 같은 조합이 인기 순위에 올라있더라.
마지막 - 요코즈나(横綱) 24시간 구시카츠
동네 한 바퀴 돌고 마지막 코스로 요코즈나까지 갔다. 신세카이 최대 규모급 구시카츠 체인이라 그런지 외관부터 스모 선수 그림에 배 모양 조형물까지 화려하게 꾸며놨다. 24시간 영업이라 비 오는 밤에도 사람들이 줄줄이 우산 쓰고 서서 기다리는 중이었다.
가는 길에 교자노오쇼(餃子の王将)도 지나쳤는데 이건 전국구 체인이라 굳이 신세카이까지 와서 먹을 필요는 없어서 패스.
결론: 비 오는 날 신세카이는 우산 없이 다니면 안 되고, 배는 여러 군데 나눠서 조금씩 채우는 게 정답이다.
한 집에서 배부르게 먹으면 다음 집 못 간다.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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